검은머리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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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일(한국교원대 생물교육과 교수)


  검은머리갈매기(Larus saundersi)는 도요목 갈매기과 조류  가운데 대단히 희귀한 새다. 전 세계에 약 1만 마리가 생존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이 새가 조류학계에 처음 보고된 것은 1871년, 그후 약 100년이 넘도록 이 새의 번식상황에 대하여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1984년에 이르러 아시아, 그것도 황해연안 중국에서만번식하고 있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었다. 당시에 집계된 수효는 약 3,000 마리였는데, 그 뒤 1998년 겨울까지 홍콩과 대만, 중국 남부와 한국 일본 등지에서 월동개체군을 조사한 결과 모두 1만 개체가 생존하고 있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한 종류의 새가 약 1만 마리 살아있다면 제법 많은 수인 것으로 생각되기가 쉽다.

  그러나, 만일 한국사람이 전 세계 안에, 그것도 동아시아 지역이라는 제법 큰 지역 내에 오로지 1만 명 정도 살고 있을  뿐이라면 어떻겠나. 하나의 종족으로서는 멸종에 임박한 너무나도위태로운 수효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검은머리갈매기는 모습이 서로  비슷비슷한 갈매기류 가운데 몸집이 작은 편에 속하며,  집단으로 번식하고 생활하는  습성을 가졌다. 그해에 태어난 새끼들까지 모두 합한 수효가 1만 마리 정도라는  얘기가 되는데, 멸종을 향한 바람 앞의 등불과 같은 것이다.

  최근,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종보전위원회(SSC)가 새로이 발표한  멸종위기조류목록에 의하면, 우리 나라에 분포하고 있는 새들  가운데 가장 멸종에 임박한 새들로 저어새,  황새, 노랑부리백로, 검은머리갈매기, 쇠청다리도요, 넓적부리도요를 그 순서로 꼽고 있다.

  검은머리갈매기보다 집단 수효가 더 적은 두루미,  재두루미들이 여기에서 제외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이들 두루미 종의 경우는, 그동안 종 보전을 위한 적극적 노력의 결과로 개체군 수효가 다시금 서서히 증가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방면에 국제두루미재단(ICF)의 공헌을  필두로 이들 종의 동아시아 서식지 보전에도 성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검은머리갈매기는 번식지와 서식지의 선택에 남다른 까다로운  면이 있다. 특히 이들 집단이 번식지를 선택하는데는 매우 까다로운 조건들이 충족되어야만 한다.

  지금까지 발견된 번식지의 수가 매우 적은 원인도 거기에 있다고 보며, 불과 몇 개소밖에 안 되는 집단 번식지 조건이 날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 또한 더욱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검은머리갈매기 번식지는 중국의 황해 연안 강소성, 요녕성, 산동성 하북성에  흩어져 있는데, 10쌍 미만의 소규모 번식지를 포함해도 모두 8-9개소에 불과하였다.

  일백 쌍 단위 이상의 번식지는 중국  발해만 부근의 단지 4개소가 알려져 있었다. 중국에서는 이들 검은머리갈매기 번식지를 자연보호구로  서둘러 지정하였음은 물론, 종 자체를  국가 1급 중점보호동물로 지정하여  보호해 왔다.

  그런데 우리 나라에서도 작년과 금년, 검은머리갈매기의  번식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작년에는 환경문제로 그처럼 말이 많던 시화호에서, 그리고 금년에는 신공항 건설공사가  한창인 인천 영종도에서  이 새들의 집단번식지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검은머리갈매기는 황해를  중심으로 중국과  한국에서만 번식하는 세계적 희귀조임이 입증된 셈이다. 필자는 1995
년 겨울, 전남 순천만에서 검은머리갈매기 월동 개체군 약 1,000마리를 발견할 때부터 이 새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시화호와 영종도의 번식상황에 대하여 모두 알 수 있는 기회를 얻은 바 있다.

  금년 영종도에서의 번식은 특히, 이 새들의 까다로운  번식 조건을 뚜렷이 보여준 사례였다.

  이 새는 쇠제비갈매기처럼 민물 호수를  낀 습지에서 번식하는 새도 아니며, 괭이갈매기처럼 무인도 바위와 풀섶에서  번식하는 새도 아니었다. 그야말로 너무 습하지도 건조하지도 않으며, 땅에 염분이 너무 많거나 적지도 않은 염습지로서 주변의 식물상 또한  너무 무성하거나 희박하지도 않은 곳이라야 했다.

  오히려 전년도에 자랐던 가는해홍나물, 칠면초, 갯개미취 등이 말라 있어 회갈색을 띤, 탈염현상이 진행되고 조금은 건조한 갯벌을 번
식지로 삼고 있었다.

  이를테면, 바다를 향한 바깥쪽이  제방으로 막히고 매립  예정지로 굳어져 가는 갯벌이 이들의 번식지로서 안성맞춤인 것이다.

  영종도에서의 번식은 100여 쌍의 무리가  4월말부터 산란을 시작하여 6월 중순에는 번식을 모두 끝내는 상황이었다. 한 배 산란수는 2-3개로  세 마리의 새끼를 성공적으로 길러내는쌍이 많았다.

  둥지의 재료는 마른 해홍나물 줄기, 마치 장차 태어날 새끼들의 몸 색깔을 염두에 두고 그런 장소를 선택하기라도 한 듯, 새끼가 위장하기에 알맞은 마른 갯벌과 마른 식물들이 있는 곳을 선택한 것 같았다.

  어미의 몸은 마치 도자기로 빚어낸  인형처럼 매끈한 몸매에 옅은 회색과 흰색이 어우러지고, 또 머리 쪽에는 검정 두건을 두른 모습이다.  눈 주위에 흰 무늬가 검은머리 위의 장식처럼 또렷하게 매력을 더하고 있다.  번식지 안에서 알을 품고 있는 어미들은 오히려,  멀리서 보더라도 쉽사리 눈에 띌 만한 색상이다. 그러나 태어나는 새끼들은  주변의 색상과 너무나도 잘 어울려 보호색을 나타내고 있다.

  또 한가지, 번식지의 조건은 바깥쪽으로 잔잔한 바다를 끼고 있어야 하고, 제법 광활한 면적을 가진 곳이라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멀리서 사람이나 육상동물과 같은 천적이 접근하면 어미들이 일제히 날아올라  쫓아오며 일부 개체는  머리 위까지 다이빙하는 공격성을 보이기도 한다. 그 동안 새끼들은 잽싼 걸음으로 숨을 곳을 찾거나 물골을 헤엄쳐 건너기도 하며 피해버린다.  넓은 면적의 한 가운데, 또는 물가에 위치한 둥지들이 번식에 보다 성공적이다.

  시화호의 경우도 그랬지만, 영종도와 또 나중에 발견된  인천 송도의 번식사례는 하나같이 매립 예정지를 번식지로 선택한 경우이다.

  마치 우리의 자연보전 의지를 시험하기라도 하는 듯,  보전과 개발이란 갈등의 틈바귀에 서서 우리의 판단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원래 자연의 모습 가운데도 검은머리갈매기가 좋아할 만한  그런 유형의 마른 갯벌이 존재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땅 하나 하나를 사람이 가로채 버린 지 이미 오래다. 이들이 번식에 이용할 만한 땅은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사람에 의한 개발이 지속적으로 침투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  ‘왜 하필이면 개발  예정지에만?’이라는 사고가 팽배한 채 수수방관만 일삼고 있는 셈이다.